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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인테리어 이야기/인테리어 기록

도면 위에 연필로 그리던 내가 AutoCAD까지 쓰게 된 이유

by 내가 꿈꾸는 공간 2026. 6. 25.

도면위에 직접 손으로 그리던 그림1, 2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시작했습니다.

집 도면을 출력해놓고 그 위에 연필로 선을 긋고, 가구를 대충 그려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쯤에는 침대를 놓고, 이쪽 벽에는 옷장을 두고, 거실에는 소파를 이렇게 놓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아주 기본적인 틀을 잡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도면 위에 직접 손으로 그리다 보면 공간이 조금은 눈에 들어왔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때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곧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필로 그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도면 위에 연필로 가구 위치를 그리는 것은 처음 방향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집을 계획하려면 단순히 “여기에 뭘 둔다” 정도로는 부족했습니다.

가구의 정확한 크기, 벽과 벽 사이 거리, 문이 열리는 방향, 동선, 수납장 깊이까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특히 우리 집은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외벽만 있고 내부는 도면과 상상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이에 대충 그린 그림만으로는 건축 측량사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원하는 구조를 말로 설명하면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었고, 손으로 그린 그림은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건축 측량사와의 미팅도 쉽지 않았다

집 계약 후 건축 측량사와 여러 차례 미팅을 했습니다.

내부 벽을 어떻게 나눌지, 방 크기를 어떻게 조정할지, 화장실 위치를 어떻게 할지 하나씩 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답변이 바로바로 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경험한 과정에서는 무언가를 문의하고 답을 기다리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래서 매번 “이렇게 하면 될까요?” 하고 물어보고 기다리기만 하면 일이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먼저 원하는 방향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그 도면을 바탕으로 “이렇게 해도 가능한지” 확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수정한 도면을 보여주는 편이 훨씬 빨랐습니다.

 

그림으로만 보내기에는 부족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보낼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 해보니 그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손으로 그린 선은 정확하지 않았고, 조금만 수정해도 다시 지우고 그려야 했습니다.

벽 위치나 문 위치를 바꾸면 전체 그림을 다시 손봐야 했고, 여러 가지 버전을 비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건축 측량사에게 보내려면 어느 정도 깔끔하고 정확한 파일 형태가 필요했습니다.

그때부터 “이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대로 도면을 수정하고, 필요하면 파일로 보내고, 다시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내가 할 줄 아는 프로그램과 전혀 다른 세계

사실 저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아예 못 쓰는 편은 아닙니다.

어도비 프로그램이나 일러스트레이터, 프로크리에이트 같은 앱은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압니다.

이미지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은 익숙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집 도면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그림 프로그램은 예쁘게 표현하는 데 가깝다면, 도면 프로그램은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벽의 길이, 각도, 치수, 비율, 공간의 실제 크기를 맞춰야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인테리어 사진을 보는 것과 실제 도면을 수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것을요.

변경만 수차례, 컨펌용수정만 4건 끝나지 않는 작업



도면 작업에는 CAD를 많이 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써야 할지 찾아보다 보니 건축과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CAD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AutoCAD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제가 직접 사용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건축가나 설계 전문가들이 쓰는 프로그램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구조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했고, 건축 측량사에게 전달할 수 있는 도면 파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AutoCAD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당시 사이트에서 무료 체험 버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를 보고, 저는 거의 바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다운받자. 그리고 무료 기간 안에 어떻게든 해결해보자.”

 

무료 체험 기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여유롭게 배우자는 생각은 할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AutoCAD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우리 집 도면을 수정하고, 내가 원하는 구조를 표시하고, 건축 측량사에게 보낼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후다닥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이 툴도 눌러보고, 저 툴도 눌러보고, 잘못 그리면 다시 지우고, 모르면 바로 검색했습니다.

처음에는 선 하나 긋는 것도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만져보다 보니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만든 첫 도면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존에 쓰던 디자인 프로그램과는 방식이 달랐고, 도면 프로그램 특유의 규칙도 있었습니다.

선 하나를 긋는 것도 정확해야 했고, 치수를 맞추는 것도 신경 써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습니다.

구글에 검색하고, 설명을 찾아보고, 따라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시도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실패하면서 조금씩 도면을 수정해 나갔습니다.

어느 날은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전문가가 보기에는 아주 서툰 도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 제게는 정말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집의 구조를 처음으로 제대로 표현해낸 결과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건축 측량사에게 보낸 도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어느 정도 최종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도면을 만들었습니다.

벽 위치, 방의 나눔, 생활 동선, 제가 원하는 공간 구성이 조금 더 분명하게 들어간 도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파일을 건축 측량사에게 보냈습니다.

사실 보내기 전까지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걸까?”

“내가 잘못 이해한 부분은 없을까?”

“이 구조가 실제로 가능한 걸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대충 그린 그림을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OK 사인을 받았을 때의 안도감

그리고 결국 건축 측량사에게 확인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든 도면 방향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답을 들었을 때 정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며칠 동안 헤매고, 검색하고, 밤늦게까지 프로그램을 붙잡고 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집과 관련된 결정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도면 하나를 해결했다고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순간에는 큰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면 훨씬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해보니 보이는 것들

AutoCAD를 조금 만져보면서 느낀 것은, 도면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생활 방식이 들어가고, 선택의 이유가 들어가고, 앞으로의 시간이 들어갑니다.

벽 하나를 어디에 세우느냐에 따라 방의 크기가 달라지고, 가구 배치가 달라지고, 가족이 움직이는 동선도 달라집니다.

그전까지는 집을 고르는 일만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집을 계약한 뒤에야 진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하려면 남이 알아서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마무리

처음에는 도면 위에 연필로 대충 가구 위치를 그리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AutoCAD까지 다운받아 밤을 새워가며 도면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집을 위해 필요한 만큼은 배우고, 시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신축집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결국 내가 직접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그림으로 보여줘야 했고,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은 도면이나 이미지로 꺼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집은 조금씩 더 현실이 되어갔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평면 도면을 넘어서, 실제 인테리어 분위기를 상상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3D 이미지와 가구 배치를 시도했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제가 사용했던 프로그램은 AutoCAD 15일 무료 체험 버전이었습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AutoCAD 공식 사이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