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eam My Home Project #12
집을 계약하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신축 아파트 도면 수정이었습니다. 계약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오히려 계약서를 쓰고 난 뒤부터 진짜 집 만들기가 시작됐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주 동안 AutoCAD를 붙잡고 벽을 옮기고, 방 크기를 바꾸고, 공간을 다시 설계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완성한 도면을 보면서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도면이 완성되자 비로소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도면을 받았을 때는 선과 숫자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 도면 수정을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종이 위의 선들이 아니라 실제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가 거실이고, 여기에는 식탁이 들어가겠고, 아침에는 이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겠구나. 그렇게 머릿속에서 조금씩 우리 가족의 집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면 위의 선 하나가 실제 생활의 동선이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신축 아파트 설계는 단순히 예쁜 구조를 고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서 쉬고, 어디서 아이가 자랄지를 미리 상상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메인 화장실이었다

의외였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공간은 거실도, 주방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메인 화장실이었습니다.
저는 거실과 주방이 하나로 이어지는 오픈 스페이스를 최대한 넓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메인 화장실은 조금 작더라도 애매한 공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넣어 보려고 했습니다.
신축 아파트 도면 수정을 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현실은 바로 이 작은 화장실 안의 배치였습니다. 변기는 어디에 둘지, 세면대는 어느 방향이 좋은지, 샤워부스는 어떤 크기가 적당한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 변기 위치
- 세면대 방향
- 샤워부스 크기
- 문이 열리는 방향
- 사용할 때 답답하지 않은 동선
정말 작은 차이였지만 그 몇 센티미터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생활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면을 고치고, 다시 보고, 또 고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주방 고민

화장실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번에는 주방 차례였습니다. 주방 위치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제는 큰 창문이었습니다.
창문이 있다는 건 채광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부장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싶었지만, 창문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상부장을 설치하려니 깊이가 애매했습니다.
조금만 깊어도 창문을 방해하고, 조금만 얕아도 수납이 부족했습니다. 오픈 스페이스 주방을 넓게 쓰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수납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단순히 예쁜 주방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살면서 불편하지 않을 주방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신축 아파트 인테리어는 사진처럼 예쁜 장면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매일 쓰는 공간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비밀의 문

사실 이번 설계에서 제가 가장 기대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비밀의 문이었습니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이나 박물관, 왕궁을 둘러보면 벽인 줄 알았는데 문이 열리는 공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책장인 줄 알았는데 문이 열리고, 벽처럼 보였는데 다른 공간이 나타나는 그런 구조 말입니다.
저는 그런 공간을 볼 때마다 괜히 재미있었습니다. 언젠가 내 집을 갖게 되면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거창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청소도구를 넣는 작은 수납공간이나 팬트리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책장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면 안쪽에 수납공간이 숨어 있는 구조를 상상했습니다.
실용적이면서도 조금은 재미있는 공간. 이번 신축 아파트 도면 수정에서도 그 아이디어를 조심스럽게 적용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2주 동안 정말 행복했다
퇴근하면 컴퓨터를 켰습니다. AutoCAD를 열고 도면을 수정했습니다. 벽을 몇 센티미터 옮기고, 다시 원래대로 돌리고, 가구를 배치해 보고, 동선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이상하게도 재미있었습니다. 조금씩 우리 가족만의 집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몇 번의 수정 끝에 측량사에게 도면을 보여주자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습니다.
“혹시 관련 일을 하시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뿌듯했습니다.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데 내 고민이 도면 안에 그대로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신축 아파트 도면을 보면서 이제 큰 고민 하나는 지나갔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2주 뒤, 건축 측량사와 엔지니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이 도면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그 이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진설계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이번 글은 신축 아파트 계약 후 직접 도면을 수정하면서 겪었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AutoCAD와 공간 설계가 어느 순간부터는 재미있어졌고, 우리 가족의 생활을 상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집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완성됐다고 생각했던 도면은 2주 뒤 사용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 다음 이야기
👉 신축 아파트 내진설계 때문에 도면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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