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사는 이야기/이탈리아 생활

폭염보다 더 무서운 건 갑자기 찾아오는 기후 재난이었다

by 내가 꿈꾸는 공간 2026. 6. 26.

며칠 전 유럽 폭염 기사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이런 더위가 계속된다면 과연 나는 계속 이곳에서 살아도 괜찮을까.

이탈리아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계절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직접 봐왔지만, 최근 몇 년은 정말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역시 6월인데도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더 걱정하는 것은 더위 자체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기후입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2014년11월 제노바 홍수사건. 이때당시 제노바 살던 시기였고 처음 홍수를 목격했다.

몇 년 전 우리 마을은 거대한 홍수를 겪었습니다.

폭염 이야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원래 여름은 덥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토스카나 지역은 몇 년 전 정말 큰 홍수를 겪었습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장면이 아니라 제가 사는 동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도로는 모두 물에 잠겼고, 차량은 움직일 수 없었으며, 곳곳에서 구조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학교도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한국에서는 학교가 홍수 때문에 쉰다고 하면 쉽게 상상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 문을 닫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시누네 집 앞 홍수 났던 프라토

남편도 퇴근을 못 할 뻔했습니다.

그날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남편이 퇴근하려던 시간, 제가 사는 지역의 도로가 모두 침수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다니던 길이 통제되면서 집으로 오는 길 자체가 막혀버렸습니다.

전화로 계속 상황을 확인하며 혹시 회사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우회도로를 이용해 늦게 집에 도착했지만, 그날 이후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괜히 긴장하게 됩니다.

 

한국의 강남역 침수가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 강남역 일대가 큰 침수를 겪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뉴스를 보면서 '정말 심하다.'라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상황을 제가 사는 곳에서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여기는 도시 일부가 아니라 마을 전체가 영향을 받을 정도였다는 점입니다.

도로와 상가, 주택가까지 모두 물이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후가 변하면 이런 극단적인 날씨가 더 자주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을 이제는 실감하게 됩니다.

 

폭염과 홍수가 함께 찾아오는 시대

예전에는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며칠 전까지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또 다시 폭염이 시작됩니다.

기후가 점점 양극단으로 변하는 느낌입니다.

더위도 문제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폭우와 홍수는 사람들의 일상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 더 걱정됩니다.

예전에는 날씨가 더우면 '오늘은 집에서 쉬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폭염이 계속되면 밖에서 뛰어놀 수도 없습니다.

공원도 뜨겁고 놀이터도 뜨겁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침수 걱정이 생기고, 여름이면 산불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과연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13년 전의 이탈리아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처음 이탈리아에 왔던 2013년만 해도 지금처럼 극단적인 날씨를 자주 경험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름은 더웠지만 밤에는 시원했고, 에어컨 없이 생활하는 집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폭염이 이어지고, 에어컨은 생활필수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몇 년 전에는 대홍수까지 겪었습니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기후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계속 살아야 할까?

가끔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만약 앞으로 이런 폭염과 홍수가 계속 반복된다면,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맞을까.

물론 지금 당장 답을 내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고 나니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좋은 교육도 중요하고, 안전한 환경도 중요합니다.

기후 역시 이제는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유럽 폭염 뉴스를 볼 때마다 단순히 '덥겠다.'라는 생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우리 마을을 덮쳤던 홍수와 올해 계속되는 폭염이 함께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안전한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요즘 제가 여름마다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 10년 이상 생활하며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참고 기사
연합뉴스 「유럽 폭염 관련 기사」를 참고했으며, 본문은 실제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