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장의 사진을 저장하고 나서야 우리 집 스타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 Dream My Home Project #17
신축 아파트 계약을 하고 나니 이상한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예쁜 집을 보면 그냥 “와, 예쁘다” 하고 지나쳤는데, 이제는 모든 공간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실은 왜 이렇게 배치했을까. 조명은 왜 저 위치에 달았을까. 부엌은 왜 저 브랜드를 선택했을까. 전에는 단순히 예쁜 사진이었다면, 이제는 우리 집을 만들기 위한 자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Pinterest는 원래 인테리어 앱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Pinterest는 집 때문에 처음 설치한 앱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레시피를 저장하기도 하고, 네일 디자인이나 패션처럼 관심 있는 정보를 모아두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신축 아파트를 계약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집을 사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Pinterest는 완전히 다른 앱이 되었습니다.
예쁜 집을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공간을 공부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Pinterest 인테리어 사진을 하나씩 저장하면서 저는 단순히 예쁜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적용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폴더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저장했습니다. 그런데 저장하는 사진이 점점 많아지면서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폴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거실
- 부엌
- 안방
- 아이방
- 화장실
- 조명
- 현관
- 정원
- 수납실
- 선룸
- 스튜디오

이탈리아어로는 ripostiglio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습니다. 한국어로는 수납실, 다용도 보관실, 작은 창고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소도구나 생활용품을 넣는 공간을 생각하면 됩니다.
또 giardino invernale이라고 부르는 공간도 따로 저장했습니다. 한국어로는 선룸이나 윈터가든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작은 실내 정원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의 작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었던 셈입니다. 1년 정도가 지나자 저장한 사진은 거의 800장에 가까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취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집을 위한 인테리어 자료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800장 가까이 저장하고 나서야 보인 것
사진을 많이 저장하면 취향이 더 복잡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처음 저장한 사진과 나중에 저장한 사진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화려하면 저장했습니다. 조명이 예쁘면 저장했고, 거실이 크면 저장했고, 호텔처럼 보이면 저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장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이 거실 전체가 예쁘다”가 아니라, “이 조명 위치는 참고해야겠다”로 바뀌었습니다. “이 집이 좋다”가 아니라, “이 수납 방식은 우리 집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가 되었습니다.
어떤 사진은 부엌 상판 색 때문에 저장했고, 어떤 사진은 소파 뒤 수납장 때문에 저장했습니다. 어떤 사진은 전체 분위기보다 조명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저장했습니다.
그때부터 Pinterest는 사진을 모으는 앱이 아니라 공부하는 노트가 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저장한 공간은 역시 거실이었다
나중에 보니 저장한 사진에도 순서가 있었습니다. 가장 많았던 건 거실이었습니다. 그다음은 부엌, 안방, 아이방 순서였습니다.
아무래도 가족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실을 가장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신축 아파트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거실은 단순히 소파를 놓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생활 방식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화장실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예쁜 욕실은 많았지만 우리 집 구조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예쁜 공간이 아니라 우리 집에 적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문제는 남편이었다
혼자 살았다면 훨씬 쉬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집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하나 보여주면 남편은 늘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괜찮네.”
“예쁘다.”
“응.”
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부엌 견적을 받고, 가구를 선택하고, 조명을 결정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음... 이건 별로인 것 같은데.”
“나는 이런 느낌은 안 좋아.”
“이 색은 조금 부담스러워.”
그때마다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했잖아.
조금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수백 장의 사진을 저장하고, 비교하고, 나름대로 이유를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결정 직전에 다른 의견이 나오면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견을 조율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상대방 의견을 먼저 듣고 맞춰가는 문화에 익숙한 편입니다. 저 역시 그런 방식에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동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듣고 있다가 정말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답답했습니다. 취향은 존중한다면서, 막상 정하려고 하면 싫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집은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스타일도 조금씩 양보해야 하고, 불편한 부분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 둘만의 스타일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집은 사진을 따라 만드는 게 아니었다
800장 가까운 사진을 저장하면서 한 가지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집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모던하지만 차갑지 않은 공간. 고급스럽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 물건이 많지 않지만 수납은 충분한 공간. 그리고 가족이 오래 머물러도 편안한 집.
그게 제가 정말 원하던 집이었습니다.
예쁜 집을 많이 본다고 좋은 집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Pinterest 인테리어 사진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대로 따라 한다고 우리 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맞는 공간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 처음 기준 | 나중 기준 |
|---|---|
| 예쁜 집이면 저장 | 우리 집에 적용 가능한 부분만 저장 |
| 화려한 공간 선호 | 편안하고 오래 질리지 않는 공간 선호 |
| 전체 분위기만 봄 | 조명, 수납, 동선까지 따로 봄 |
| 혼자 마음에 들면 충분 | 가족 의견까지 함께 고려 |
그때의 나
예쁜 집 사진을 많이 보면 좋은 집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나
좋은 집은 사진을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계속 대화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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