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맞춤가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 Dream My Home Project #14
도면은 결국 다시 완성되었습니다. 신축 아파트 내진설계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그렸지만, 이번에는 최종 승인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집을 짓는 과정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이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신축 아파트 맞춤가구였습니다.
Bay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도면을 다시 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유난히 안으로 들어간 벽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공간이 조금 들어가 있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건축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Bay, 즉 베이 구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둥과 기둥 사이에 생기는 하나의 공간입니다. 문제는 우리 집에는 이런 베이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입니다.
- 아이 방 하나
- 스튜디오 두 군데
- 안티반뇨 두 군데
총 다섯 곳이었습니다. 도면으로만 보면 별문제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을 생각하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도면에서는 단순한 빈 공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가구를 어떻게 넣을지 고민해야 하는 복잡한 공간이었습니다.
규격가구가 맞지 않는 집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붙박이장을 찾아봤습니다. 예쁜 책장도 저장했고, 수납장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치수를 비교할수록 이상한 점이 보였습니다.
왼쪽 깊이는 58cm인데 오른쪽은 63cm였습니다. 어떤 공간은 폭이 애매했고, 어떤 곳은 천장 때문에 높이가 애매했습니다.
일반 가구는 규격에 맞춰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우리 집은 규격대로 생긴 공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 이건 맞춤가구를 해야 하는 집이구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돈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신축 아파트 맞춤가구라는 단어가 갑자기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집 베이 구조에서 고민했던 부분
| 공간 | 고민했던 점 |
|---|---|
| 아이 방 | 일반 수납장과 책장 배치가 애매했습니다. |
| 스튜디오 1 | 깊이가 일정하지 않아 규격 책장이 맞지 않았습니다. |
| 스튜디오 2 | 작업 공간과 손님방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했습니다. |
| 안티반뇨 1 | 청소도구와 생활용품 수납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
| 안티반뇨 2 | 공간은 작지만 수납 효율을 높여야 했습니다. |
입주까지는 아직 1년이 넘게 남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기기도 합니다. 그때는 아직 2024년이었습니다. 입주까지는 1년이 훨씬 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벌써 가구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집을 구할 때는 가구는 입주가 가까워졌을 때 생각하면 되는 일이라고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는 달랐습니다.
신축 아파트 인테리어는 도면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가구 위치도 함께 생각해야 했습니다. 콘센트 위치, 조명 위치, 붙박이장 크기, 생활 동선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집이 완성된 뒤에 고민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집이 완성되기 전에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나마 신축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구축을 사지 않은 건 다행이다.
만약 오래된 집을 샀다면 전기 공사, 배관 공사, 창호 교체, 욕실 공사, 그리고 맞춤가구까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의 고민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장인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맞춤가구를 만들 사람을 찾아야 했습니다. 인터넷도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지역에서 평판이 좋은 장인도 소개받았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금방 결정될 줄 알았습니다. 맞춤가구 견적만 받아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맡기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연락이 안 되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제가 운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상담은 정말 잘했습니다.
집에도 직접 와서 도면을 보고, 실측도 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음 주 안에 견적 보내드릴게요.
그런데 오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2주가 지나도, 메일도 없고 전화를 걸어도 대답이 없고 문자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잊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 보니 이게 생각보다 흔한 일이었습니다. 상담은 찾아오니 했지만 돈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거나 딱히 흥미가 없던거지요. 이탈리아 가구 제작 과정을 직접 알아보면서 가장 당황했던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여섯 명을 만나고 두 명만 남았다
결국 저는 총 여섯 명의 장인을 만났습니다. 그중 실제 견적서를 보내 준 사람은 단 두 명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이었습니다. 직접 집까지 와서 상담을 했는데도 아무 연락 없이 끝나는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결국 손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저는 SketchUp도, 3D 프로그램도 다룰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종이에 직접 그렸습니다.
여기는 책장, 여기는 옷장, 여기는 아이 장난감 수납. 정말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장인들은 그 그림만 보고도 대부분 이해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지금 보면 서툰 손그림이었지만, 그때는 그 종이 한 장이 우리 가족의 생활을 가장 잘 설명하는 작은 설계도였습니다.
잠시 모든 걸 멈추기로 했다
몇 개의 견적을 받아 보기는 했지만,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집도 아직 없고, 입주도 멀었고, 가구는 너무 비쌌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모든 계획을 멈췄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각하자.
그렇게 거의 6개월 가까이 가구 이야기는 잊고 지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반년뒤, 우연히 SketchUp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나면서 제가 직접 가구를 설계하게 될 줄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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