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eam My Home Project #15-1
어릴 때부터 예쁜 집을 구경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런 집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마음에 드는 거실을 보면 저장했고, 예쁜 부엌을 보면 또 저장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대리만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축 아파트를 계약하고 나니 저장 버튼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예쁜 사진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살 집을 만들기 위한 작은 자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쁜 집은 많은데 우리 집은 보이지 않았다
신축 아파트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의외로 돈도 아니고, 도면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제가 정말 어떤 집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아는 일이었습니다.
인터넷에는 예쁜 집이 너무 많았습니다. 모던 인테리어도 예뻤고, 북유럽 인테리어도 예뻤고, 오래된 유럽 집처럼 따뜻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도 좋았습니다.
문제는 그 모든 사진이 예뻐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쁜 집은 많았지만, 정작 우리 집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 집은 완벽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 집 도면 위에 올려놓고 생각하면 어딘가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은 긴 직사각형 구조였고, 큰 창문도 있었고, 생각보다 애매한 베이 구조도 많았습니다. 사진 속 넓고 완벽한 공간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내 취향을 먼저 알아봤다
2024년 5월쯤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인테리어 사진을 더 자주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습관처럼 봤습니다. 예쁜 집을 보면 저장하고, 마음에 드는 부엌을 보면 또 저장했습니다.
그런데 부엌 인테리어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하면서 이상하게 피드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부엌이었습니다. 그러다 거실이 보였고, 아이방이 보였고, 안방 인테리어까지 계속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들이 올라왔습니다.
인스타그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검색을 해도 비슷한 이미지들이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했습니다. 제가 아직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취향을 알고리즘이 먼저 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 눈에 들어오던 한 명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렇게 사진을 저장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계속 눈에 들어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진 한 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프로젝트를 봐도 마음에 들고, 또 다른 집을 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작업한 집들은 화려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깔끔하고 절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의 특성을 너무 잘 살렸습니다. 컬러 배색도 좋았고, 가구와 오브제를 고르는 감각도 좋았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수납을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숨은 공간을 잘 활용하고, 생활에 필요한 수납을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안에 녹여내는 점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이 풀리아 지역에서 작업한 집들이 특히 예뻤습니다. 풀리아 집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와 메디테라니안 스타일을 잘 섞어낸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 스타일이 우리 집과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 감각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홈페이지까지 찾아보게 된 이유

처음에는 인스타그램 계정만 봤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서 결국 그 사람의 홈페이지까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나씩 열어보고,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도 읽어봤습니다.
가까운 지역이면 직접 현장에 오가며 작업을 하고, 거리가 먼 경우에는 대부분 원격으로도 진행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원격 작업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집을 직접 보고, 작은 부분까지 확인해 주고, 현장에서 세세하게 따라와 주는 디자이너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마음이 갔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본 사람들 중에서 그 사람만큼 감각이 좋다고 느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라면 내가 막연하게 꿈꾸던 집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창문이 있는 부엌 사진에서 멈췄다
처음부터 바로 인테리어 의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엌 인테리어를 찾다가 그 사람이 작업한 프로젝트 하나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사진 속 부엌은 제가 처음 생각했던 우리 집 부엌 구조와 정말 비슷했습니다.
큰 창문이 있었고, 그 창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주방이었습니다. 색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부엌 브랜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개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솔직히 답장이 올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답장이 왔습니다.
그 부엌 브랜드는 Arredo3였습니다.
당시 저는 Arredo3라는 브랜드를 잘 몰랐습니다. 이탈리아에는 Lube, Creo, Veneta Cucine, Scavolini, Stosa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주방 브랜드가 많았습니다.
저도 실제로 그런 브랜드 매장들을 다니며 견적을 받아본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항상 뭔가 1% 부족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모던하지만 조금 더 고급스럽고, 깔끔하지만 너무 차갑지 않은 느낌. 제가 원하던 그 미묘한 분위기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 속 Arredo3 부엌에서는 제가 찾던 느낌이 보였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우리 집을 맡기고 싶었다
며칠 뒤 저는 그 브랜드를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Arredo3 부엌 견적을 받으러 갔습니다.
가격이나 프로모션을 모두 고려했을 때 다른 브랜드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쉽게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을 지나면서 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순히 예쁜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와 컬러와 구조를 잘 연결해서 공간을 만드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는 조금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 사람이 맡아서 하면, 내가 어릴 때부터 꿈꾸던 집을 현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꽤 설렜습니다.
그래서 결국 정식으로 메일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메일을 보내고 난 뒤, 제가 얼마나 오래 기다리게 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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