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를 계약하고 가장 먼저 고민하기 시작한 공간은 주방이었다.
주방은 한 번 설치하면 쉽게 바꾸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 집은 거실과 연결된 구조라 집의 분위기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탈리아 주방 브랜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도면 한 장만 들고 무작정 쇼룸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계약할 생각은 없었다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은 Lube, Scavolini, Cucine Venete를 취급하는 쇼룸이었다.
처음 보는 주방들은 모두 멋졌다. 재질도 다양했고, 색상과 상판, 손잡이, 내부 수납 방식까지 생각보다 선택해야 할 것이 많았다.
특히 Lube에서는 당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주방가전을 함께 구매하면 추가 할인을 해주거나 특정 제품을 반값에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계약을 빨리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직 다른 브랜드를 하나도 보지 않았는데 일주일 안에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조금 부담스러웠다.
프로모션은 좋았지만, 프로모션 때문에 주방을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 남편과 이야기한 끝에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여러 브랜드를 비교해 보자.'
그때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쇼룸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브랜드는 정말 많았다
이탈리아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주방 브랜드가 있었다.
Lube, Scavolini, Cucine Venete뿐 아니라 Stosa, Creo, Aran, Veneta Cucine 등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했다.
나는 너무 저렴한 제품보다는 중간 이상급의 품질을 원했다.
반대로 Boffi나 Valcucine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홈페이지만 참고했다. 예산도 맞지 않았고, 괜히 눈만 높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여러 업체의 견적을 받아보니 의외였던 점이 있었다.
비슷한 등급의 브랜드끼리는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디자인과 마감, 담당자의 상담 방식이 더 큰 차이를 만들었다.
그래서 브랜드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모든 주방이 '괜찮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가 부족했다.
Instagram이 알려준 브랜드
쇼룸을 다니는 동안 Pinterest와 Instagram에는 계속 마음에 드는 주방 사진을 저장했다.
그러자 알고리즘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이탈리아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작업물이 추천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처음 본 브랜드가 바로 Arredo3였다.
사진으로만 봐도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느껴졌다.
심플하지만 세련되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모던했다.
프라토가 아니라 피렌체까지 갔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까운 쇼룸을 찾았지만 당시에는 프라토 판매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직접 보기 위해 피렌체까지 갔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프라토에도 Arredo3를 취급하는 인테리어 업체가 세 곳이나 있었다.
공식 쇼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업체도 많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처음으로 '이거다'라는 느낌
Arredo3 쇼룸에 들어갔을 때는 이전 브랜드들과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전시된 모델들이 모두 깔끔했고, 전체적인 조합이 굉장히 세련되어 있었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괜찮네.'였다면, Arredo3에서는 처음으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던 밝은 색감,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모던한 분위기가 가장 잘 표현된 브랜드였다.
우리가 선택한 모델은 Kalì였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오래 만족할 수 있는 주방을 선택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늘 하시던 말이 있다.
'조금 더 주더라도 좋은 것을 사야 오래 쓴다.'
결국 내가 Arredo3를 선택한 이유도 그 한마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브랜드를 결정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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